‘北 직접남파 간첩’ 현정부 첫 체포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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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인 켈톤 오르테가로 국적을 세탁한 직파간첩 정경학 씨의 필리핀 위조여권(위). 아래는 필리핀 수사 당국이 정 씨의 필리핀 내 숙소를 압수수색하는 장면. 연합뉴스
필리핀인 켈톤 오르테가로 국적을 세탁한 직파간첩 정경학 씨의 필리핀 위조여권(위). 아래는 필리핀 수사 당국이 정 씨의 필리핀 내 숙소를 압수수색하는 장면.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21일 북한이 남파한 이른바 ‘직파간첩’인 정경학(48) 씨를 지난달 31일 검거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직파간첩이 붙잡힌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정 씨는 필리핀인으로 국적을 세탁한 뒤 지난달 27일 국내에 침투해 장기 암약을 위한 준비를 한 뒤 31일 출국 직전 붙잡혔다.

정 씨는 1996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4차례에 걸쳐 태국과 필리핀을 통해 국내에 침투했다. 그는 1995년 12월 태국인으로 국적 세탁을 하고 1996년 3월 국내에 침투해 충남 천안 성거산 공군 레이더 기지와 경북 울진 원자력발전소 등을 촬영한 뒤 태국으로 빠져나간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가 1998년 1월까지 3차례 침투했을 때는 국내 수사기관이 눈치를 채지 못했다. 국정원이 정 씨에 대한 첩보를 처음 입수한 시점은 1999년 8월. 그때부터 장기간 신원 추적을 해 정 씨가 태국인으로 국적 세탁을 한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35호실’ 소속 공작원이라는 점을 파악했고, 지난달 필리핀인으로 다시 국적을 바꿔 국내에 침투한 그를 검거했다.

정 씨가 국내에서 벌인 간첩 활동은 매우 다양했다.

1996년 3월 처음 국내에 침투했을 때는 경부고속도로 대전∼경주 구간의 터널과 교량, 군 레이더 기지 등 북한의 대남 공격시 주요 타깃이 되는 장소들을 위치 좌표 산출이 가능하도록 기점으로부터의 거리표시 숫자와 함께 촬영했다.

또 당시 동해 해안도로를 따라 북상하면서 망원렌즈로 울진 원자력발전소를 찍기도 했다.

1997년 6월 태국인 애인과 함께 다시 국내에 들어왔을 때는 국방부 건물 등을 촬영했다. 당시 정 씨는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망원렌즈로 주한 미8군 용산기지를 촬영한 뒤 태국으로 복귀해 촬영 필름을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당비서에게 건네준 혐의도 받고 있다.

1998년 1월 국내에 침투한 목적은 자신의 신분 노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당시 정 씨는 태국인 애인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서울시내를 관광하고 쇼핑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999년 2월 평양으로 가서 9개월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북한 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원이 그의 신원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정 씨는 2001년 9월 필리핀에 들어가 필리핀인으로 국적을 세탁한 뒤 5년 동안 국내 침투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달 국내에 침투하기 전 ‘35호실’ 지도원으로부터 “남조선에 침투해 장기 활동을 위한 여건을 탐색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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