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직장 자아비판 비밀녹음 공개

  • 입력 2006년 7월 25일 03시 00분


“인마, 7시 반에 오라면 와야지. 쌍놈의 새끼, 거저 얼렁뚱땅 얼렁뚱땅….”

노동당 간부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배신자라는 게 멀리 안 있어. 저쪽 둔덕(언덕)에 있는 게 아니야. 이 울타리 안에, 이 방 안에 있단 말이야. 이 방 안에. 자기 옆에 있고….”

과연 그 순간 그 방 안에는 정말 ‘배신자’가 있었다. 숨겨진 녹음기는 방 안의 숨소리, 기침 소리까지 모두 담고 있었다. 간부가 방 안에 배신자가 있다고 소리치는 순간 녹음기를 지니고 있던 사람의 심장은 어땠을까. 첩보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말로만 듣던 북한 생활총화 현장을 녹음한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데일리NK’가 23일 ‘아시아프레스’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116분 분량의 이 음성 파일은 북한 중부지방 한 기업소의 ‘직업동맹(직맹)’ 생활총화 현장을 그대로 옮겨 왔다. 듣는 사람의 가슴을 오싹하게 할 만큼 리얼하다.

음성 파일에 등장하는 간부는 지각한 직맹원에 대한 욕설로 시작해 방 안에 앉은 사람들에게 일장 훈시를 시작한다. 말끝마다 “위대한 장군님”을 들먹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위대한 자신의 권위’에 대한 우월감이 넘친다. 비판이 끝나고 난 다음 이 간부는 “종간나(종년) 새끼, 머저리 같은 놈, 바보 등의 쌍스러운 말을 망발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는 노동당 중앙당 조직부 지시 내용을 천연스럽게 하달한다.

간부가 전하는 조직부 지시에는 그 밖에도 훈장을 팔아먹는 행위, 불법 중국어 과외, 무직자, 살인, 강도, 성폭행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담겨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직업동맹-생활총화::

직업동맹은 노동당원을 제외한 직장인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근로단체. 생활총화는 각자 소속 단체에서 한 주간의 생활을 자아비판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도 비판하는 회의를 말한다.

▶ 데일리NK 음성파일 바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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