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코노기 마사오]한국 對北외교 원점서 재검토해야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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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포동2호’를 포함한 일련의 미사일을 발사한 목적은 지금까지 그들 자신이 설명해 온 그대로다.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미국 측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미국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핵 억지력의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성과를 과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여전히 ‘구애와 공갈’이 동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예로부터 구사해 온 ‘벼랑 끝 정책’에 더해 이번에 새로운 요소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금융제재’ 문제일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위조화폐 제조, 마약과 각성제 밀거래 등 불법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속이 납치와 탈북 등 인권문제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융제재’의 확산 가능성과 함께 국제적인 포위망이 만들어지는 것에 공포감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는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포동 미사일뿐 아니라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군사훈련’이라는 방법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는 외교관이나 연구자를 포함해 많은 관찰자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었고 세계의 이목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 점에서는 북한 지도자(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게임 감각은 여전히 대단하다.

그러나 이 같은 ‘폭력적인 태도변화’의 충격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제재논의의 원인이 된다.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발사훈련을 계속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압력이 더해지면 ‘다른 형태의 보다 강력한 물리적 행동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핵 실험 강행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태는 파국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게임 감각이 뛰어난 북한 지도자이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관찰한 뒤에는 다시 외교교섭에 복귀하려 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는 별로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적당한 수준에서의 제재조치 억제와 외교재개의 길을 닫지 않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외교에 의한 해결’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가 공동제안하는 제재 결의안에 대해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 혹은 기권에 머물 것인가. 판단은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북한의 고립감을 완화하는 것이며 교섭 재개의 길을 여는 것이다.

중국이 쉽게 제재 결의에 찬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비공식 6자회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평양 방문, 나아가 6자회담 재개를 포함해 ‘외교의 열쇠’를 쥔 것은 중국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중지에 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의 대북한 외교에 큰 타격을 주었다. 또 유엔 안보리라는 대국 외교의 무대에서, 한국으로서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결의가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외교의 비정함이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의안의 제재 내용은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에 관련된 것으로 제한돼 있다. 결의안이 가결되더라도 평화번영 정책의 전부를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원점에 서서 새로운 외교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제재 결의안 기초의 이니셔티브를 쥐었다. 그것은 큰 기회이기도 한 동시에 일본이 큰 위험부담을 쥐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일본 외교도 ‘미지의 분야’에 발 디디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사나 영토 문제로 대립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한일, 중-일 간의 긴밀한 정책조정이 필요불가결하다.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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