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총리 탄생]朴대표의 득실은?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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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국무총리의 등장은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여성 정치 지도자’의 상징성을 독점했던 박 대표로선 일단 만만찮은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1970년대 이후 재야 여성운동의 ‘대모’로 활동해 온 한 총리가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장녀인 박 대표와는 여러 면에서 대칭점에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총리가 여성 대통령 탄생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박 대표에게는 그동안 “여성 대통령은 아직 이르지 않으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박 대표로서는 “여성 총리도 있는데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으냐”란 논리를 펼 수 있게 된 것.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일정 선을 넘지 못한 데는 ‘여성’이란 핸디캡이 작용했다고 본다. 이 점에서 여성 총리는 박 대표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한 총리가 향후 국정 수행에서 문제를 지적받을 경우 “역시 여성은 이르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표로서는 한 총리와의 관계 설정이 모호할 수 있다. 공세를 취할 경우 ‘여성(총리)’을 깎아내리는 형국이 될 것이요, 그렇다고 치켜세우자니 야당의 힘을 스스로 약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일단 박 대표와 한 총리 모두 서로 덕담을 건넸다. 한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 대표에 대해 “여성의 몸으로 제1 야당의 대표직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여성 총리가 많이 나오는 추세이며, 여성 총리 탄생은 우리 정치사를 진일보하게 하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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