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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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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큰 정부를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28일 대한상공회의소 특강)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여정부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큰 정부 타령하는 사람은) 공부를 새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30일 열리는 ‘참여정부 규제개혁 중간평가 세미나’ 자료에서 전문가들은 “참여정부가 정부 계획과 규제를 남발해 큰 정부를 만들고 시장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고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선진국은 천연가스, 한국만 유연탄’=선진국은 석탄이나 원자력보다는 친환경 에너지인 천연가스의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그러나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액화천연가스(LNG)의 비중이 2017년까지 계속 떨어질 예정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이는 산업자원부가 ‘전력수급계획’을 2년마다 새로 수립하기 때문이다. 발전 설비를 세우는 데 원자력은 10년, 유연탄은 7년, 가스발전소는 3년 정도 걸린다. 수급계획을 세울 때 예상 전력수요량이 줄어들면 아직 착공하지 않은 가스발전 설비의 증설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 국가 계획이 잘못될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趙成鳳) 선임연구위원은 “일률적인 정부의 기준과 잦은 계획 수정으로 자원 배분에 왜곡이 생긴 것”이라며 “대용량 발전 설비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이, 가스발전 설비는 민간이 주도하고 있어 전력수급계획은 결과적으로 공기업의 시장 선점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정부 계획 왜 문제인가=정부 계획은 특정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시장 점유를 정부가 보장해 줘 민간기업의 시장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낸다.
조 위원은 “정부 계획은 한 집단이 거둔 수익을 임의적으로 배분해 가격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의 경우 시장논리에 따르면 발전소가 남부지방에 몰려 있어 수도권은 같은 양의 전력을 사용할 경우 송전 비용 때문에 지방에 비해 더 많은 전기료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한쪽을 희생해 형평성을 억지로 맞추는 ‘교차 보조’가 불평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전력산업기반조성기금의 일부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무연탄, 열병합발전소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이며 석유 수입에 부과되는 부과금도 원유 비축사업 외에 연탄가격 지원이나 에너지절약사업 등에 쓰인다.
정부 계획은 또 공공부문의 확대로 이어져 ‘큰 정부’로 나가는 수단으로 쓰인다. 정부 계획은 정부 산하기관을 비롯한 1000여 개의 준공공기관에 할 일을 제공한다.
▽‘참여정부’의 인식 변화 절실=참여정부는 2004년 8월 2년 시한으로 국무총리실에 규제개혁기획단을 만든 뒤 지난해 12월 현재 26개 전략과제 743건 중 384건을 추진 완료했다.
하지만 정부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규제 건수도 1999년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참여정부가 규제 정책에 대한 의지와 장기적 안목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주선(李柱善)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참여정부의 규제개혁은 양극화 해소, 사회정의 실현, 분배적 불평등성 제기 등 이데올로기적 가치판단에 입각해 있어 시장 경쟁의 활성화와 기업과 개인의 동반 성장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승철(李承哲·47)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정부 제도가 규제에 의한 사후적 해결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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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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