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당시 총리가 추천해줬다”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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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직원공제회(이사장 김평수·金坪洙)의 자회사인 교원나라레저개발 대표이사에 외부인사인 한모(49) 씨가 선임된 데는 이해찬(李海瓚) 전 국무총리의 ‘추천’이 작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직원공제회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상급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 출신이나 교직원공제회 인사를 선임하던 관례를 깨고 지난해 2월 이 전 총리의 출신 고교(서울 용산고) 3년 후배인 한 씨를 교원나라개발 대표로 선임해 그 배경에 의혹이 일어 왔다.

이 총리의 추천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대표이사 선임으로까지 연결됐는지,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은 앞으로 밝혀져야 할 과제이다.

▽“이 전 총리가 추천했다”=한 대표는 18일 기자에게 “2004년 10월경 이 전 총리와 함께 골프를 하던 중 이 전 총리가 ‘교직원공제회 측에서 골프장을 잘 건설할 능력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데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 대표에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기우(李基雨·전 교육부 차관·전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총리비서실장이 ‘교원나라개발에서 골프장을 짓는데 민원 때문에 공사 진척이 안돼 걱정스럽다’고 하더라. 이 실장이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한 대표가 “하고 싶다”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이력서를 제출해 봐라. 그쪽(교직원공제회)에서도 여러 사람을 알아볼 텐데 되든 안 되든 접촉을 해 보고 선택되면 해봐라”고 말했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며칠 후 이 전 차관에게 전화를 했고 이 전 차관이 알려 준 팩스번호로 자신의 이력서와 경력증명서를 보냈다는 것. 이후 교직원공제회 한모 개발사업부장에게서 연락이 왔으며 2004년 12월 중순 한 부장과 교직원공제회 김 이사장을 만나 약 15분간 면담한 뒤 2005년 2월 15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 전 총리와의 관계에 대해 “6, 7년 전 동문회에서 알게 된 뒤 1년에 두세 번 함께 골프를 치는 사이”라며 “그쪽에서 ‘시간이 있느냐’고 연락이 오면 나가는 식이었지 내가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3·1절 골프 파문 당시 대표 선임 경위를 취재하던 본보 기자에게 “결코 누구의 소개를 받은 적이 없다” “이 전 총리와는 동창회에서 2번 정도 만났지만 같이 골프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었다. 그는 또 17일 한나라당 ‘이해찬 골프게이트 진상조사단’에는 “골프장 건설이 지지부진하다는 말을 듣고 내가 직접 교직원공제회 담당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력서를 제출해 대표에 선임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17일에는 이 전 총리에게 누가 될까봐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사태가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왜 이해찬-이기우 라인이 추천했나=한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서 대표이사 지원 제의를 받은 2004년 10월 당시 교직원공제회는 이미 2명의 인사를 물망에 놓고 있던 상태였다. 1명은 교직원공제회 간부 출신이며 다른 1명은 H그룹 상무가 추천한 외부 인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에서 물러나 총리비서실장으로 옮긴 이 전 차관이 왜 교직원공제회 자회사 대표 선임에 대한 ‘고민’을 이 전 총리와 상의했는지가 의문이다.

교원나라개발의 정관에는 대표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 회사는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여서 주주가 교직원공제회 김 이사장뿐인 ‘1인 주주회사’로, 결국 대표이사 선임에 김 이사장의 의중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교원나라개발 측은 2004년 1월 31일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이사회 개최계획’을 공지하면서 관련 문건에 한 대표가 2월 17일자로 날인한 ‘취임승낙서’를 첨부하는 허술함도 보였다. 이는 이사회 개최 이전에 미리 한 대표를 낙점해 놓았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당시 이런 내용이 알려져 교직원공제회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으며 이에 한 부장은 “내가 직접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며 노조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2001년 10월 설립된 교원나라개발은 골프장 건설을 주로 하는 법인으로 올 하반기 개장을 목표로 경기 여주군에 소피아그린CC를 건설 중이다. 한 대표는 D건설회사에서 25년간 근무한 뒤 퇴직했으며 골프장 건설 및 운영 경력은 없다.

▽다른 문제에 영향 끼친 것은 없나=이 전 총리-이 전 차관-김 이사장 등 3각 라인이 교원나라개발의 대표이사 선임에만 영향을 끼쳤는지도 의문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이 전 총리의 3·1절 골프 멤버인 유원기(柳遠基) 회장의 영남제분 주식에 약 100억 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의 임해규(林亥圭) 의원은 “이 전 총리 등 3각 라인이 교직원공제회 자회사 대표까지 선임할 정도로 영향을 끼쳤다면 영남제분 주식 매입도 그동안 교직원공제회 측이 밝힌 ‘실무진에 의한 정상적인 매입’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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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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