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을 정책선거로]매니페스토 운동 성공하려면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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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타가와 마사야스(北川正恭) 전 미에 현 지사가 ‘매니페스토(대 국민 정책계약) 선거’를 제안함으로써 처음 도입된 일본의 매니페스토는 2년 만에 전면 실시 단계에 접어들었다.

2003년 11월 중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매니페스토를 내세워 의석을 크게 늘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와 2005년 9월 중의원 선거를 연계해 매니페스토를 제시하고 총재에 재선되면 자신의 공약을 당의 공약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매니페스토 실행 평가를 토대로 선거를 치르게 되는 2007년 전국 지방선거가 끝나면 진정한 매니페스토 사이클이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초기인 만큼 문제가 없지는 않다.

매니페스토를 선언한 후보들은 과거의 빈약한 공약에 대한 반동 때문인지 ‘예산 기한 수치목표’ 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물론 정책 실행을 위한 근거와 재원을 밝히고 감시와 평가를 위해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매니페스토의 근본 취지는 ‘정치적 메시지’ 혹은 ‘정치적 평가’다. 유권자에게 ‘정권(지방 정부)의 모습’을 알리는 게 핵심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정권의 방향성이 명확해야 하며 임기 중에 실행할 정책의 우선순위와 함께 항목 간의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 숫자에 치중하다 보면 스스로를 옭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여당과 야당, 현직과 신인 간의 차이점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 시점까지의 실적 평가로 선거를 실시한다면 여당은 새로운 매니페스토를 작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야당은 정부의 매니페스토를 평가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야당의 매니페스토는 ‘미래의 정책’ 제시를 통해 ‘기대투표’에 호소하게 된다.

신인은 정책이나 행정 정보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행정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매니페스토 작성이 어렵다. 신인 후보는 ‘실행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만들려고 해도 현직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로컬 매니페스토 추진 단체장 연맹’ 소속 단체장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해도 신인들에게 공평하게 정보를 공개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에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 후보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앞에서 무엇이 정책 과제이며 어떻게 해서 과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매니페스토 형 공개토론회’를 실시한다면 평가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소네 야스노리(曾根泰敎) 일본 게이오(慶應)대 매니페스토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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