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오픈 하우스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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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들이 평소 어떻게 사는지는 보통 사람들이 늘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는 것도 주인이 세계 최고의 권력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악관 경내 관광은 9·11테러 후 무척 까다로워졌다. 미국인들도 자신의 지역구 하원의원을 통해 미리 신청해야 백악관의 132개 방 중 몇 개를 구경할 수 있다. ‘오픈 하우스’는 대통령 취임식 등 특별한 경우에나 기대할 수 있다.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3주년(25일)을 맞아 ‘오픈 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학자, 작가, 칼럼니스트, 전현직 출입기자 등을 몇 차례 초청해 청와대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느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원은 한 번에 30∼40명으로, 이들에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영빈관, 상춘재 외에도 일반인에겐 개방하지 않는 비서실, 경호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까지도 보여 줄 계획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청와대 내부를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출입기자들도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서 취재할 뿐 공식적으로는 겨우 세 차례 안에 들어가 봤다고 한다. 따라서 ‘오픈 하우스’ 결정을 놓고 ‘집권 후반기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달라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마침 노 대통령은 북악산 개방(4월 예정)을 앞두고 12일 시민들과 함께 이 산을 오르면서 “(이처럼 좋은 산을) 혼자 누리는 게 미안해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은 1968년 1·21사태 이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 왔다. 청와대와 북악산을 여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차제에 노 대통령도 마음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적격 장관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닫힌 마음으로는 국정을 바르게 이끌기 어렵다. 싫은 소리, 싫은 사람 가리지 않고 듣고 품어야 한다. 청와대 ‘오픈 하우스’가 과시용 일과성 이벤트에 그친다면 국민이 허탈해 하지 않겠는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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