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동생이 공천 예비심사 말썽

  • 입력 2006년 1월 31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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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의 친동생이 5·31 지방선거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출마할 사람 120여 명과 잇따라 만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북 영천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정희수(鄭熙秀) 의원의 동생 A(42) 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이 지역 출마 예정자 120여 명을 줄줄이 만났다.

대구에 사는 A 씨는 출마 예정자를 영천 시내 식당에서 만나 출마 동기를 묻고 이력서를 받았다. 또 거론되는 출마 예정자에 대한 주변의 여론이 어떤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선거에 나설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원 동생이 공천 예비심사를 하는 듯한 면담을 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출마 예정자는 "한나라당 공천이 당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구 의원의 친동생이 부르는 데 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공정한 자료를 확보한다는 취지라지만 사실상 평가를 받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마 예정자는 "국회의원 동생 앞에서 이력서를 내면서 잘 보이기 위해 너도 나도 '내가 적임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객관적인 정보가 될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A 씨의 이 같은 행동은 정 의원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출마 예정자가 난립하면서 이들에 대한 온갖 소문과 음해가 넘쳐 공천 적임자를 찾기 위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동생에게 부탁을 했다"며 "누가 시민이 원하는 후보감인지를 찾기 위한 나름대로의 대책이었다"고 해명했다.

동생에게 부탁을 한 이유에 대해 정 의원은 "후보에 대한 주변 평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동생이 가장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영천시 선관위는 면담 과정에서 공천과 관련된 부적절한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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