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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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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을 계속하려면 제재 조치를 거둬들이라”고 주장해 왔다. 나는 중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이 이런 전술에 동조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미국의 조치는 정당한 것이며, 잘 활용하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 사안을 북한 정권 교체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불법 행위도 중단시키지 못하고 6자회담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미국의 제재 국면에서 회담은 불가능하다”는 북한 노동신문의 사설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포괄적 제재가 내려진 1990년대에도 미국과 미사일 및 핵 문제를 협상한 적이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여름 북한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고, 9월에는 마카오 은행의 불법거래를 공개했지만 북한은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11월 6자회담 이후에야 이 문제를 회담 참가와 연계했을 뿐이다.
북한은 왜 이렇게 나왔을까. 6자회담 불참의 핑계일 수 있다. 아니면 양보를 더 얻어 내려는 협상 전략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실제로 북한이 미 재무부의 12월 13일 경고조치를 ‘실체적 위협’으로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라면 회담 불참을 통해 제재 철회 혹은 최소한 다른 참가국의 미국 지지를 막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 김 위원장과 중국 지도부의 회담 결과를 보면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배경이 무엇이건, 미국의 조치는 정당한 것이다.
불법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해진다면 북한에 대한 핵 포기 압박도 효과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다만,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더는 불법적으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없으며, 북한이 달러를 필요로 한다면 핵 포기 이후 제공될 국제사회의 풍족한 경제 지원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을 정확히 알려 줘야 한다. 그러나 평양 정권이 그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미국의 강경파는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를 북한 정권의 약화, 궁극적으로는 정권 붕괴의 계기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계산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불법적으로 벌어들이는 달러를 차단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기반 약화 정도에 머물 것이다. 중국과 한국이 북한 정권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수단을 다한다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공산은 크지 않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제재 조치를 가급적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강경한 뜻을 충분히 전달받았다. 추가 조치가 거듭 공개된다면 북한은 움츠러들고, 핵문제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둘째, 북한 정권을 싸잡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일 정권을 두고 ‘범죄 정권’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일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
셋째, 중국 한국 러시아의 공조가 필요하다. 미국만의 행동은 북한에 미국의 또 다른 적대시 정책이라는 핑계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증거자료를 더 공유해야 한다.
넷째, 미국의 조치는 북한 압박 자체보다는 불법 행위가 근절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제 제재가 목표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에 핵 포기 및 불법 행위 중단 이후 베이징 합의에 따라 관계 정상화 작업에 진지하게 나설 것이란 점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로버트 아인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고문·전 미 국무부 핵비(非)확산 담당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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