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연관성 입증이 관건”…위폐밀수 조직 재판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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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중국 삼합회 계열(Tang Enterprise)의 갱 조직원 42명에게 청첩장이 날아들었다. 파트너인 미국 갱 조직의 남녀가 결혼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거래를 해 온 조직이었고, 수천만 달러를 긁어모을 수 있도록 해 준 파트너였다. 또 주인공 남녀는 태국의 푸껫 등지에서 오랫동안의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아 왔던 그 커플이었다.》

결혼 장소는 도박의 도시인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의 앞바다에 띄워놓은 호화 요트 ‘로열 참(Royal Charm)’. 애틀랜틱시티까지만 오면 헬리콥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추신도 있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중국 갱들은 이렇게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어느 갱은 최고급 롤렉스 금장시계를 선물로 준비했다.

그러나 함정수사였다. ‘로열 참’으로 명명된 미 연방수사국(FBI)의 위조지폐 밀수조직 검거작전에 걸려든 것이다. 결혼을 한다는 커플은 잠입 수사를 위해 몇 년 전부터 위조지폐 수입상 행세를 해 온 FBI 요원이었다. 갱들 중 8명은 호화 요트에 채 오르기도 전에 잡혔다.

올해 8월 23일 FBI가 공개한 작전의 전모다. FBI는 같은 시간 캘리포니아의 롱비치 항구에서는 ‘스모킹 드래건(Smoking Dragon)’이라는 작전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가짜 담배와 중국계 갱단을 연상시키는 작전명이다.

두 작전을 통해 체포된 사람은 87명. 본보가 24일 미 법무부를 통해 입수한 공소장을 보면 이들의 밀수 품목은 다양했다. 공소장에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슈퍼 노트) 4만4000장, 말버러 라이트 상표가 붙은 동아시아산 가짜 담배 420억 원어치(1100만 갑), 히로뽕 엑스터시 같은 마약이 압수품으로 기재돼 있었다. 일부는 자동소총과 로켓 발사장비까지 밀수했다. 주로 롱비치 항구와 뉴어크 항구(뉴저지 주)를 통해서였고, 통관 신고서류에는 플라스틱 장난감, 대나무 공예품, 등나무 가구로 적혀 있었다.

미국 정부는 기소된 87명 가운데 북한인이 1, 2명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법무부 관리는 “북한의 개입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왔고 공소장에도 국가 1, 국가 2라는 식으로 기록돼 있을 뿐 특정 국가의 이름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은 수사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중국 태국이 관여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은 이들 조직이 북한 당국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입증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北관리-북아일랜드 위폐조직 연계”▼

알렉산더 버시바우(사진) 주한 미국대사는 25일 방송된 SBS TV‘한수진의 선데이클릭’에 출연해 북한 정부 관리가 위조지폐 유통 혐의로 기소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리스트와 접촉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위조지폐 문제와 북한의 연계를 밝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가 ‘테러리스트’라고 언급한 사람은 수백만 달러 상당의 위조달러를 유통시킨 혐의로 9월 기소된 숀 갈런드 북아일랜드 노동당 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갈런드 당수는 IRA의 지도자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몇몇 북한 정부 관리들이 은행에 위폐를 입금하려다 적발된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보기관이 IRA 조직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찍고 도청을 한 결과물을 갖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자료가 북한이 위폐를 제조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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