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공무원제 5년]퇴직자 '신분 세탁' 거쳐 재임용도

입력 2005-12-06 03:01수정 2009-09-3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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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능력 있는 민간 전문가를 가능한 많이 충원해 공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00년 도입된 ‘개방형 공무원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민간 전문가들의 기용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형 직위는 퇴직공무원 재임용 수단?=5일 본보가 입수한 중앙인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139개 개방형 직위에 임용된 사람 중 ‘민간인 출신’은 58명(41.7%)인 반면 전현직 공무원 출신은 81명(58.3%)이었다.

하지만 민간인 출신으로 분류된 58명 중에도 개방형 직위 임명 직전까지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 13명이나 돼 실질적으론 공무원 출신이 94명(67.6%)에 이르렀다.

9월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으로 발탁된 K 씨는 재경부 공보관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전문위원으로 파견되면서 재경부에 사표를 냈다. 그는 이 기간을 ‘민간인’ 신분으로 기록해 개방형 직위에 응모하여 재경부에 원대 복귀했다.

4월 11 대 1의 경쟁을 뚫고 국정홍보처 산하 영상홍보원장에 임명된 C 씨도 ‘민간인’으로 분류됐지만 실은 대통령비서실의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공직자 출신. 또 7월 통일교육원장으로 임명된 S 씨도 모 대학의 초빙교수를 지낸 경력을 들어 ‘민간인’으로 분류했지만 사실은 통일부에서 요직을 두루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국방부의 경우도 민간인 출신으로 충원했다는 개방형 직위 5자리 중 3자리는 전역한 지 얼마 안 되는 고위 장교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보완 필요하다”=139개 개방형 직위의 채용에는 총 791명이 몰려 약 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개방형 직위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개방형 공무원제도가 공직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는지 등 질적인 측면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형상 임용 경쟁률이 높긴 하지만 민간과의 보수 격차, 계약기간 종료 후의 신분불안 등의 문제로 유능한 민간인들은 여전히 공직을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개방형 직위가 다시 공무원으로 채워지는 등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개방형 공무원제도는 해당 직위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뽑자는 것이지 반드시 민간인을 충원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간출신 인사들이 조직적응 과정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공직사회에 효율성과 경쟁을 도입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려면 민간인 출신을 대폭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제도를 대폭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까다로운 임용기준을 현실성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방형 직위 4자리를 모두 내부 승진으로 충원한 농촌진흥청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직위가 비인기 분야라서 민간인이 오기에는 메리트가 적다. 그런데도 임용 자격조건은 대학 정교수 이상으로 엄격하게 돼 있으니 누가 지원하겠느냐”고 말했다.

명지대 박천오(朴天悟·행정학과) 교수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공무원과 민간 부문의 보수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우수 민간인을 뽑기가 힘들다”며 “개방형 직위를 하향 확대해야 젊고 유능한 민간 전문가들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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