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정부 안기부, 대통령도 도청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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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金泳三·사진)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당시 김 대통령의 전화 통화까지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YS 정부 시절 여권의 중진이었던 한 인사는 25일 기자와 만나 “안기부가 YS와 강삼재(姜三載)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전화 통화를 도청하다 들킨 일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YS와 ‘YS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던 강 전 총장은 당무 현안 등을 놓고 수시로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YS는 강 전 총장과 통화 도중 갑자기 음질이 뚝 떨어지자 도청이 이뤄지고 있음을 직감하고 “누고(누구야)”라고 호통 쳤다는 것. YS의 호통이 떨어지자마자 전화 통화가 끊어졌다고 한다.

이 인사는 “YS의 갑작스러운 호통을 들은 안기부 직원이 당황해 도청을 중단하려다 전화를 끊어버린 것 같다”며 “사건 직후 강 총장은 안기부 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어디 함부로 대통령 전화에 손을 대느냐’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당시 안기부 간부는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며 “야당에서 도청을 했을지 모르니 당사 전체를 조사해 보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며칠 뒤 안기부는 대형 도청감시 장비를 가져와 신한국당이 입주해 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극동빌딩 1∼7층을 샅샅이 조사한 뒤 “도청은 없다”고 보고했다.

강 전 총장은 안기부의 보고를 믿을 수 없어 자체 조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 안기부가 비밀리에 신한국당 당사 바로 위층인 극동빌딩 8층을 통째로 빌려 당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전화 통화를 도청하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에도 안기부는 규모만 줄였을 뿐 당사 내 비밀 사무실을 유지했다고 한다.

한편 YS는 재임 중에 안기부의 도청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당시 민주계의 한 인사는 “YS 집권 초에 북한산을 등산하다 휴대전화로 YS의 전화를 받았다. YS가 ‘휴대전화를 끊고 공중전화로 나에게 전화하라’고 지시해 급하게 산에서 뛰어 내려가 공중전화로 YS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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