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 前국정원차장 자살]靑 “왜 자꾸 이런 일이…”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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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자살에 정치권은 절제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향후 정국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를 주시했다.

청와대는 “왜 자꾸 이런 일이…”라며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공식 입장은 없다. 검찰의 진상 조사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호남 민심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더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열린우리당도 “우선 자살의 원인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면서도 호남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양당의 호남지역 의원들이 26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한나라당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도청과 전 국정원 간부의 죽음에 대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이날 이 전 차장 자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6·25를 통일전쟁이라고 한 사람은 관용을 베풀고, 공산당을 잡은 사람들은 구속 엄벌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복당(復黨) 인사차 찾아간 박주선(朴柱宣) 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의원이 결국 무죄판결을 받은 데서 보듯 검찰 수사에도 실수가 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 전 의원은 전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를 도덕적으로 흠집 내려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검찰이 이 전 차장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며 ‘강압 수사’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한편 국정원에서는 일부 직원들 사이에 정치권과 국정원 수뇌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자살을 한 정확한 배경을 몰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이 전 차장이 재임 시절 특별히 (불법 감청을) 지휘한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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