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우리는 갈길 간다”…“10·26승리 도취말자”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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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왼쪽)은 3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의장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왼쪽)은 3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의장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김동주 기자
‘적진(敵陣)은 소란스러워도 우리는 갈 길 가련다.’

10·26 재선거의 여파로 열린우리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틈을 타 한나라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국가정체성 논란으로 격화됐던 대여(對與) 전면전에서 모처럼 숨을 돌릴 여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당 혁신 및 당직 개편의 막바지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 혁신안이 다음 달 17일 당원대표자회의를 거쳐 시행에 들어가면 당의 체제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분란은 (정치적 공격 등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그저 지켜보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여당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판단을 하는 데에는 10·26 재선거 결과가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이었을 뿐 한나라당도 나을 게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당 지도부에서 정국에 대한 절박한 상황 인식 없이 이른바 ‘이지고잉(easy-going)’ 하는 의원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도록 경고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재선거에서 빚어진 공천 잡음과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고전한 것 등을 고려할 때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내에선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30일 서울시장 출마를 이유로 당직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과 유승민(劉承旼) 대표비서실장의 후임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당직 개편 이후 대변인 자리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당 체제가 바뀌면 나를 포함한 기존 임명직은 모두 사표를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직을 맡을 만한 중진들이 모두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고 있어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당의 고민이다. 보수파 측근 기용으로 ‘박근혜(朴槿惠)식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박 대표의 인사 스타일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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