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경협, 우리가 재검토할 때다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코멘트
북한 측이 그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출을 문제삼아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기업 인사에까지 계속 개입하려는 행태는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대북(對北) 경협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행스럽다. 대규모 대북 투자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더욱 그렇다.

북측은 현대를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하고 ‘바른길에 들어서라’고 충고했다. 협상력을 키우기 휘한 협박이라 해도 그러면 안 된다. 이런 어휘야말로 우리 국민과 현대가 북측에 들려주고 싶은 것들이다. 현대나 정부나 화해도 좋지만 이번만큼은 북측의 떼쓰기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끌려다니기’식으로는 남북관계에 미래가 없다.

지난달 북측의 협박에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고 선언해 많은 격려를 받았던 현정은 현대 회장은 첫째도 원칙, 둘째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대화채널 회복에 매달려선 안 된다. 의리나 특혜, 정치목적을 고려한 거래는 훗날 화(禍)를 부를 수 있다. 관계가 정상화되면 모든 것을 국제표준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

북한이 자본주의적 거래에 어둡겠지만 현대와의 계약서에 분쟁 처리 절차까지 명시했을 정도로 기본적인 것은 다 안다. 계약과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북한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깨닫게 해 줘야 한다.

남북경협은 한계를 맞고 있다. 투자는 미미하고 위탁가공 거래도 인기가 떨어졌다. 식량 차관과 비료 무상 지원 등 퍼주기만 늘어난다. 대미(對美) 수출 시 고율 관세 등 개성공단의 문제도 많다. 정부는 당초 목적대로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하고 실질적인 주민복리가 증진되도록 경협의 틀을 바꿔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