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정부 재정지출’ 이대로 괜찮나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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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 예산안 발표 이후 재정정책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998년 이후 8년째 추가경정예산을 짜고 있는데도 정부 지출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재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당초 의도한 경기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는 반면 세금 증가로 국민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 지출 확대 대신 감세(減稅)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사회안전망 확충과 경기 부양을 이유로 맞서고 있어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갈수록 늘어나는 정부 지출

정부 지출 증가는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는 예산 증액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특별회계와 기금을 뺀 일반회계 기준으로 올해 예산은 134조4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3.5% 많게 편성됐다. 하지만 올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은 5%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복지와 국방 부문이 차지한다. 복지 부문은 내년에 처음으로 50조 원(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을 포함)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방예산도 올해보다 9.8% 증가한다.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에 9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외환위기 당시 급증한 적자 국채는 2000년(2조 원) 이후 줄어들다 올해(9조8000억 원)부터 다시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채무도 내년에 279조9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1.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지출 확대 vs 세금 감면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서 세금 감면 쪽으로 재정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 지출 확대가 당초 의도한 목표 가운데 하나인 경기 회복에 별다른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 지출 확대는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통해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 적합하다. GDP 증가 효과도 감세 정책보다 뛰어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982∼2004년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정부 지출을 1조 원 늘리면 신규 고용은 1만3028명, 성장률은 0.11%포인트 증가하고 실업률은 0.06%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세를 1조 원 낮추면 신규 고용은 1만7751명이 늘어 정부 지출보다 많지만 성장률과 실업률은 0.08%포인트씩 변동하는 데 그쳐 정부 지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 지출 확대는 적자 국채 발행→시중 금리 인상→소비와 투자 감소라는 악순환을 가져 올 수 있다. 재정적자 누적 등 장기적인 부작용도 예상되며 경기 회복 효과가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감세 정책은 소비자의 가처분소득 증가→소비 증가→기업투자 증가라는 단계를 거쳐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효과를 내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근로의욕 고취와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효과가 높다.

하지만 세수가 줄어 재정기반이 나빠지는 데다 한국은 근로자의 47%만 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세금을 낮춰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재정적자 고착화되나

정부 지출 확대와 감세 정책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리한 지출 증가는 재정적자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政) 부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정부 지출 확대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구조적인 세수 부족이 우려돼 보수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실질 경제성장률을 5%로 잡았지만 국내외 민간연구소 대부분은 5%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인세도 올해보다 2.1%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지만 7월 거둔 법인세 중간예납분이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산하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 대신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확충하겠다면서 단기 성과용인 정부 지출을 늘리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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