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사법부 독립위해 새출발”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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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취임식에는 법원 직원과 법조계 인사뿐 아니라 장애인, 학생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안철민 기자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취임식에는 법원 직원과 법조계 인사뿐 아니라 장애인, 학생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안철민 기자
26일 제14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용훈(李容勳) 신임 대법원장은 취임식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법부는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며 “이를 반성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된 판결들에 대해 내부 검토와 확인을 거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적당한 시기에 국민께 말씀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방법과 관련해 ‘외부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조사’는 사법권 독립을 저해할 소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과 관련해 형사사건 판결의 형량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사회지도층 인사와 서민들 사이에 형량의 차이가 심한지 검토해 개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아쉬운 일이 있어 법원을 찾아오는 국민들에게 성의껏 잘 대해 주는 법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의 사연도 들어보도록 지시했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고 포용하면서 나아가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 법원이 수사기관인 검찰보다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임명장을 받고 바로 민원 업무 책임자들에게 은행과 동사무소, 검찰 등을 직접 돌아보면서 법원이 배울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실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들에게 자신의 재판 모습을 감시카메라로 녹화해 보면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취임식을 마친 뒤 취임식에 참석한 시민과 학생, 법관들과 함께 다과를 나눴으며 장애인 시설 봉사자, 서울 ‘은평 소년의 집’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있던 주경원(13·서울 서초중 1학년) 양은 “어른들한테서 법원에서 겪었던 억울한 일에 대해 많이 들었다”며 “대법원장 할아버지가 다시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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