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리랑공연 南관람객 대규모 모집 왜?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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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광복 및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8월부터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펼치고 있는 ‘아리랑’ 공연의 한 장면. 북한은 최근 남한의 대북지원 단체들에 이 공연을 관람하도록 대규모 방북단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이 광복 및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8월부터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펼치고 있는 ‘아리랑’ 공연의 한 장면. 북한은 최근 남한의 대북지원 단체들에 이 공연을 관람하도록 대규모 방북단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이 남한의 대북지원 단체들을 통해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아리랑’ 공연의 관람객을 최소 5000명 이상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아리랑 공연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체제 결속을 다지는 대규모 집단행사를 남측 인사들로 하여금 대거 관람하게 함으로써 정권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은 22일 대북지원 단체들에 대해 당초 합의했던 평양 방문 일정 2박 3일을 1박 2일로 축소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일정을 단축시키고 경비도 줄여 최대한 많은 남측 인사들이 아리랑 공연을 보게 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북지원 단체들의 판단이다.

한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1박 2일이면 아리랑 공연만 보라는 얘기인데 그것만을 위해 평양에 갈 수는 없다. 대북지원 물자의 사용실태 조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용선(李傭瑄) 사무총장은 “23일 개성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만나 일정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 단체들을 배제하고 대북지원 단체들만을 상대로 관람객 모집을 요청했다.

이는 체제 선전이 포함된 아리랑 공연을 남측 인사들이 관람하는 데 따른 정치적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지원 단체 소속 회원들은 대북지원 물자의 사용실태 조사 명목으로 방북을 하게 된다. 따라서 아리랑 관람은 부수적인 일정이라는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원실태 조사 명목으로 방북 신청을 하면 관광을 목적으로 한 경우보다 정부의 방북 승인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또 단기간에 거액의 수입을 챙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북 비용이 대북지원 단체들의 예상처럼 2박 3일 일정 기준으로 100만∼150만 원으로 책정되면 방북 인원을 5000명으로만 잡아도 북한 당국은 수십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일부 대북지원 단체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관람객을 비행기 1대에 꽉 채워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지원 단체들은 22일 모임을 갖고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갈 전세기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0월 초가 돼야 방북이 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북한은 16차 남북 장관급회담 참석차 방북했던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14일 ‘아리랑’을 관람한 바로 다음 날부터 이틀간 대북지원 단체들에 관람객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북지원 단체 사이에서는 장관급회담에서 관람객 모집에 대한 남측의 암묵적 동의가 있지 않았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아리랑 공연은

‘아리랑’ 공연은 북한 당국이 노동당 창건 60주년(10월 10일) 등을 기념하고 주민들에게 체제의 정통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기획한 대규모 행사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7시부터 8시 반까지 15만 명 수용 규모의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공연은 10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

이에 앞서 북한은 2002년 4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고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90회 생일(4월 15일)을 기념해 이를 공연했다.

‘아리랑’ 공연엔 한 번에 10만여 명의 북한 주민이 동원돼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카드섹션을 한다. 관람객은 보통 5만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전역의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이를 관람하도록 하고 있다. 2002년의 경우 아리랑 관람객이 총 400만 명에 이른다는 게 북한 당국의 집계.

지난달 가수 조용필 씨의 평양 공연에 동행해 아리랑을 관람했던 김모(32) 씨는 “공연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체제의 우수성과 정통성을 고취시키는 데 집중됐다”고 말했다.

1만8000명이 만드는 카드섹션에는 ‘조국해방의 은인이신 어버이 수령님께 최대의 경의를 드립니다’,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수령님(고 김일성 주석)과 함께 오셨습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北, 美관광객 입국 3년만에 허용

북한은 미국 관광객에게도 아리랑 공연 관람을 위한 입국을 허용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둔 고려관광의 영국인 창립자 닉 보너 씨는 22일 “북한이 다음달 미국인 단체관광객 3팀의 입국을 허용했다”면서 “1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1995년과 2002년 대집단체조와 아리랑 공연 때도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유럽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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