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화 “남북작가대회때 反美 시낭송…일부 지식인 위험”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작가 홍상화(65·사진) 씨가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의 반미(反美) 움직임과 주체사상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한 소설을 발표해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홍 씨는 2일 발간된 문예지 ‘한국문학’ 가을호에 작가와 교수 등 지식인들 간의 대화체로 전개되는 원고지 620장 분량의 소설 ‘디스토피아(dystopia·이상향의 반대)’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민중문학의 대표적 시인이었던 고 김남주 시인의 시와 작가 조정래(동국대 석좌교수) 씨의 소설 ‘태백산맥’ 등이 젊은이들을 무분별하게 반미 감정과 좌파로 몰고 갔다고 썼다.

이제까지 공안당국이 이들 작품에 이런 혐의를 두고 조사한 적은 있지만 문학계 내에서 이 같은 비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기업가 출신인 홍 씨는 ‘거품시대’ ‘피와 불’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보수적 성향의 중진 작가이지만 현재 진보적 문인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소설은 ‘네미 ×’ ‘후레자식’ ‘숭악한 사기꾼들’ 등의 어휘가 나오는 김 시인의 시 ‘예술지상주의’를 예로 들면서 “욕설인 그런 시가 읽히는 것은 좌파지식인들에 의해 ‘민중시인’ ‘민족시인’이라는 ‘문학의 월계관’이 씌워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소설은 또 ‘태백산맥’에 대해 “좌익은 양심인, 우익은 비양심인으로 철저하게 이분화시켰으며 일부 학자들은 이 소설이 반미 감정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에 떠받들었다”고 표현했다. 소설 속 화자들은 또 ‘태백산맥’이 널리 읽힌 것은 “사투리 욕지거리나 심심찮게 나오는 섹스 장면 묘사로 재미를 주는 데 한몫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소설은 “김일성과 만난 야스에 료스케라는 일본인이 일본 ‘세카이(世界)’지를 통해 주체철학을 미화했으며 한국 지식인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세카이’에는 익명의 한국인이 남한을 비판하는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 실렸지만, 일본 지식인들은 좌우파를 막론하고 ‘그러면 그렇지 제까짓 것들이’ 하면서 느긋해했을 것이다”고 썼다. 또한 “‘지식 오퍼상’들이 증오심에 차서 이미 무너져 가는 좌파 사상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왔다”고 덧붙였다.

홍 씨는 2일 “7월 남북작가대회에 참석해 백두산에 올랐을 때 행사 중에 김 시인의 시 ‘…양키 점령군의 총구 앞에서/자본가 개들의 이빨 앞에서…’가 낭송되는 것을 보고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2년간 써온 이 글을 급히 게재하게 됐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그는 “소설 내용 가운데 지나치게 미국 측에 기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받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워낙 반미 바람이 비상식적으로 불고 있어 미국에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여덟 살 손자가 ‘빈 라덴 따라 나도 테러리스트가 될 거야…원자폭탄 메고 63빌딩을 폭파할 거야’ 하고 노래 부르는 걸 보고 놀란 ‘민중문학계의 원로 시인’과 함께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나’ 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소설 속이긴 하지만 실명으로 비판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까”라는 질문에 홍 씨는 “논쟁의 문을 열기 위해서다. 명예훼손 등의 고소 고발이 들어온다 해도 감수하겠다. 소설이 실린 ‘한국문학’ 가을호 1900부를 정계 법조계 종교계 인사 등에게 보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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