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말이 虛하게 들리는 이유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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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내면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제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해 윤 장관을 살리려는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윤광웅 구하기’에 ‘다걸기(올인)’하는 듯하다.

긴박한 국정 현안도 아닌 정치적 안건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노 대통령이 다른 국사(國事)에서 평소에 보인 자세와는 대조적이다. 노 대통령의 ‘내 논에 물대기’식 선전성 논리가 ‘갈수록 태산’이라는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불참한 어제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정치선동의 냄새가 난다. 과거 제1야당이 확실한 과반 의석을 갖고 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엄연한 원내 제1당으로 과반에 겨우 4석 모자라는 안정 의석(146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들의 관계구도 역시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한나라당이 마음먹는다고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노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임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도 거듭하고 있다. 국회의 해임건의권이 헌법에 명시돼 있음을 모를 리 없을 텐데 “해임건의는 대통령제에 없는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야당이 해임건의를 남발하고 있다”는 발언도, 일부 국민의 감성을 자극할지는 몰라도, 사실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 현 정부 들어 각료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을 포함해 두 번째다. 김대중 정부 때는 16건이나 발의됐다.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향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윤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자민련도 찬성하고 있고, 여당 일부에서조차 부결 당론에 반발하고 있다. 민심과 거리가 먼 국정운영,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는 정책을 강행하면서 ‘협조가 없어 나라가 불안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호소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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