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새 국정원장에 김승규 법무 내정

  • 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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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15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16일 인사추천회의를 연 뒤 국정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종승 기자
새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15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16일 인사추천회의를 연 뒤 국정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종승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김승규(金昇圭·61) 법무부 장관을 내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14일 밤 김 장관을 만나 국정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며 “김 장관이 처음에는 ‘적임자가 아니다’면서 고사했지만 15일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5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김 실장과 다시 만나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는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정홍원(鄭烘原)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광주고검장을 지낸 이범관(李範觀) 변호사, 천정배(千正培) 열린우리당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을 국정원장 후보로 염두에 둬 왔던 노 대통령이 ‘김승규 카드’ 쪽으로 급선회한 데에는 호남 민심을 붙잡지 못하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 김 장관은 전남 광양 출신이다.

2002년 대선 이후 노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광주 전남지역의 민심은 올 들어 급속도로 반여(反與)로 돌아섰다. 그로 인해 4·30 재·보선에서 완패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열린우리당의 전남지역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집권 이후 영남권 공략에 실패한 상황에서 ‘집토끼’인 호남까지 잃으면 노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기반이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의 국정원장 기용은 열린우리당 쪽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장관은 문희상(文喜相) 당 의장과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이고 법무장관 기용 때에도 문 의장이 적극 추천했다. 따라서 김승규 카드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다보면서 호남 민심을 다독거리는 동시에 여권 핵심부와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다목적’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북핵 문제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면서 외교안보라인을 개편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노 대통령이 권 보좌관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권 보좌관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는 것. 이에 해들리 보좌관이 “권 보좌관과 너무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하자 대미관계를 고려해 ‘권진호-해들리 라인’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있을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정식으로 김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고영구(高泳耉) 현 국정원장이 직무를 수행하며, 김 장관도 법무장관 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청문회에 임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인사청문회를 주관할 국회 정보위원장이 열린우리당 문 의장이어서 정보위원장 교체가 선결과제다.

한편 김 장관의 국정원장 기용에 따라 이르면 7월 중 소폭의 개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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