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징후]核도박 강행하나…계산된 연극인가

  • 입력 2005년 5월 6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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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첩보위성에 ‘현장’이 딱 걸린 것인가, 아니면 북한이 벌이는 희대의 ‘벼랑끝 사기극’인가.

뉴욕타임스(NYT) 6일자에 보도된 미 첩보위성의 함경북도 길주 사진 분석 결과는 터널 공사 방식, 외빈들의 핵실험 관찰용으로 보이는 시찰대 등의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이 협상력 제고를 위해 ‘계산된 연극’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미 민주당이나 국무부 내의 북핵 온건파조차 최근 들어 급격히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실험 임박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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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상 징후=NYT에 따르면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들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지하터널 공사와 시찰대(reviewing stand)다.

터널이 1998년 파키스탄의 지하 핵실험에 사용된 것과 흡사할 뿐 아니라 최근 몇 주 동안 공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이 땅속까지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광산 갱도’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 관리들은 “이 터널은 흙을 들어내야 하는 일반 땅굴과 달랐다”며 “오히려 흙과 콘크리트를 더 반입해 넣었다”고 말했다. 폭발방지 및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반입이라는 얘기다.

터널에서 몇 km 떨어진 곳에 고위관리와 외부 귀빈용으로 보이는 시찰대가 관측된 것도 이런 의심을 더한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1998년 북한이 대포동 2호를 일본 열도 너머로 쏘아 올릴 때에도 비슷한 시찰대가 관찰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당시 과시 목적에서인 듯 외국 인사를 대거 초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강정민(姜政敏·핵공학) 박사는 “지하에서 핵실험을 하더라도 흙더미가 마치 화산이 분출하는 것처럼 지상으로 솟구쳐 오른다”며 “시찰대를 설치했다면 그것을 보여주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벼랑끝 사기극?=그런데도 미국 당국은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결론을 내리는 데는 주저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첩보위성은 아직 측정 타이머가 설치되는 모습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장비는 핵실험이 성공했는지,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핵실험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더구나 북한처럼 ‘여러 번 실험을 할 수 없는 처지’에서는 더더욱 필수적이다.

북한이 미국의 첩보위성을 역이용해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6일 “결국 정보에 대한 평가의 문제다. 우리도 미국이 제공한 위성사진을 갖고 있다.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 최근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하지만 단언컨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직전 단계까지 위기를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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