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亞 순방중 6자회담 진로 결정

  • 입력 2005년 3월 14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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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냐, 강경 노선으로 선회할 것이냐.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은 9개월째 공전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진로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일본 한국 중국으로 이어지는 라이스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북한의 2·10 핵 보유 선언 이후 6자회담 당사국 사이에 이뤄진 다각적인 접촉 결과를 점검하고 공동의 입장을 조율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할에 대한 판단=라이스 장관의 순방은 중국의 대(對)북한 설득력과 의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많이 의지해 왔지만 중국이 충분히 협력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 중국의 역할에 실망을 표시하고 있다”고 미국 내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2·10선언 직후 평양을 방문한 중국 고위 관리가 아직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일 용의가 없음을 시사해 미국 관리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관리들은 라이스 장관의 ‘폭정의 거점’ 발언에 대한 북한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발언 철회가 회담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는 제안도 했다는 것.

라이스 장관이 중국을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것은 한국 일본과 ‘중국에 던질 메시지’를 사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 노선으로의 선회 가능성=미국과 아시아의 일부 관리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점차 확신해 가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회담 복귀 거부로 일부 미 관리들 사이에서는 “이제 경제적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전술을 사용해야 하며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 아시아 외교관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형식적인 회담을 열어 ‘6자회담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방안을 포함해 6자회담을 끝내는 방법을 이미 미국 측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이 이번 순방을 통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경우 미국의 강경 노선 선회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행정부와 의회는 이미 강경기류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시기적으로는 지난 3차 6자회담 이후 1년이 되는 6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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