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행정도시 관련 법안 싸고 내전 양상

  • 입력 2005년 2월 27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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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이 내전(內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5일 째 농성 중인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박계동(朴啓東) 의원 등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헌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법안에 반대한다고 서명한 의원 숫자도 38명이나 됐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상 점거를 포함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의 박진(朴振)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 논리에 의한 편법 천도(遷都)이자 기형적 수도 분할에 반대 한다"며 기명투표로 당론을 다시 결정하자고 주장했고, 맹형규(孟亨奎) 의원도 "그동안 침묵했던 수도권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며 당론 변경을 촉구했다.

'관망파' 의원들도 반대 진영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김애실(金愛實) 의원을 포함한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 여야 합의안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숙의했다.

국회 농성 중인 의원들은 공세의 화살을 박 대표 등 지도부에도 맞추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날 "졸속 결정을 내린 지도부의 행위에 의심을 거둘 수 없으며 비대위는 '야합적' 풍토를 일소하는 혁신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가 이 같은 당내 갈등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할 경우 지도부 퇴진이나 분당(分黨) 사태 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반대파 의원들의 의원직 동반 사퇴설이 나돌자 원내대표단을 통해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대파의 뜻은 이해하지만 3월 2일 본회의를 지나면 더 이상 이 문제가 이슈가 되기 힘들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 의원들에게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속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육탄 저지에 나설 경우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어 당 이미지 손실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편 박 대표는 28일 정수장학회 정기 이사회에서 이사장직을 정식으로 사퇴할 예정이어서 과거사 정국에 임하는 박 대표의 '홀로서기'가 주목된다.

한 측근은 "박 대표의 이사장직 사퇴는 여권의 공세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며 "과거사 정국과 관련해 당에 부담을 주지 않되 당당하게 맞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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