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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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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는 정치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문서 공개에 소극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개가 ‘찻잔 속 태풍’으로 마무리될지, 예상치 못한 ‘지진해일’을 몰고 올지는 국내 여론과 관련국들의 반응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서 공개의 배경=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정부 행정의 투명성 증대’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문서 공개를 둘러싼 유가족들과의 행정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자 즉각 항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7, 8월 정부 내부 분위기는 ‘항소심 판결 전에 공개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갑자기 기울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리더십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문서 공개를 못할 이유도, 명분도 없지 않느냐’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공개의 발단은 유가족의 소송 제기였지만 일련의 정치적 흐름으로 볼 때 (이번 공개는) 노무현 정부의 근현대사 과거 청산 과정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영향=‘북한과 중국이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진출과 자유우방과의 결속을 시기해 궁지에 몰아넣자는 무서운 저의.’
정부가 1965년 발행한 ‘한일회담 백서’의 서문에 나오는 문장은 냉전시대 안보 논리로 한일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려 했음을 보여 준다.
일본은 이 같은 명분의 뒤에 가려져 있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의 청구권 문제가 이번 공개로 본격 제기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가 방일해 문서 공개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을 때도 일본 측은 “‘한일협정 전체가 잘못된 것이고 그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한국 내 여론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공개를 계기로 한일협정의 폐지 또는 개정을 주장할 태세다. 또 ‘자유 진영의 결속’을 명분으로 한일 수교를 재촉한 미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어 자칫하면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에도 미묘한 파문이 번질 수 있다. 또 북한이 이번 공개를 북-일 수교협상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른 외교적 파문도 있을 수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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