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붉힌 고이즈미…한국기자들 “日각료 망언” 등 질의

  • 입력 2004년 12월 18일 0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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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일 양국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도중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얼굴은 몇 차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날 회견에서 맨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한국 측 기자가 ‘일본 각료들의 잇따른 과거사 관련 망언을 차단할 방법이 뭐냐’며 ‘망언’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사용하자 그때마다 고이즈미 총리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붉어졌다.

답변에 나선 고이즈미 총리는 고개를 잠시 숙인 채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면서 “한국인의 마음을 불쾌하게 하는 발언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장래의 우호협력관계를 살리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간단히 답하고 넘어갔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중단할 용의가 없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당시 많은 일본 국민은 본의 아니게 가족과 헤어져 가혹한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과거 고난의 길을 걸었고, 목숨을 잃지 않으면 안 됐던 선인에 대한 경의와 감사의 뜻으로 참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기자로부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분위기가 좋은 날 말하기 어려운 주제 같다”며 “일본이 강대국으로서 먼저 관용의 태도를 보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약한 나라의 관용은 자칫 ‘비굴’로 보일 수 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회견 서두에 화기애애했던 두 정상은 막바지에 과거사 문제가 집중 거론되면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고, 회견이 끝난 뒤 악수를 나누면서도 밝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부스키(가고시마)=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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