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고이즈미 회담]對北접근 미묘한 시각차 노출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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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왼쪽 가운데)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7일 저녁 일본 가고시마 현 이부스키 시 하쿠스이칸 호텔 만찬장에서 건배하고 있다. 두 정상의 회동은 올해 3번째이다. 이부스키(가고시마)=박경모 기자
노무현 대통령(왼쪽 가운데)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7일 저녁 일본 가고시마 현 이부스키 시 하쿠스이칸 호텔 만찬장에서 건배하고 있다. 두 정상의 회동은 올해 3번째이다. 이부스키(가고시마)=박경모 기자
1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제재’ 문제가 최대 현안이었다.

일본인 납북자의 가짜 유골 사건으로 일본 내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과 관련해 두 정상은 “대북 제재는 신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인식의 출발점은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노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사실상 대북 제재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이 일본의 대북 제재를 적극 만류하는 입장을 취한 것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각국의 노력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일본 내의 대북 경제 제재론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북한이 고의로 이런 일을 해서 이득을 볼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의도가 짐작가지 않는다. 북한이 고의로 일본 국민을 모욕하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 착오나 실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성급하게 제재에 들어가는 판단을 했다가 북-일 간 수교를 해치거나, 6자회담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때에는 일본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또한 “국민의 감정과 지도자의 판단은 달라야 한다. 전략적인 문제가 걸린 문제일수록 지도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충분한 사실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회담은 7월 제주 정상회담 때부터 1년에 두 차례씩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기로 한 ‘셔틀 정상외교’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번에도 두 정상은 노타이에 콤비 차림으로 17, 18일 이틀 사이에 5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다. 회담 장소도 도쿄(東京)가 아닌, 태평양의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바닷가에 자리한 온천휴양지 가고시마(鹿兒島) 현 이부스키(指宿) 시로 잡았다.

노 대통령은 18일 오후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陶工) 후손으로 14대를 이어온 심수관(沈壽官) 가문의 도요(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있는 히가시치키(東市來) 정을 방문한 뒤 귀국한다.

이부스키(가고시마)=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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