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파리 교민 간담회]부시-네오콘 분리대응…실효성 의문

  • 입력 2004년 12월 6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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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폴란드 교민 간담회에서 북한과 미국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보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5일에는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노 대통령은 5일 프랑스 파리 교민 간담회에서 미국 행정부 안팎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를 겨냥해 “북한 체제가 붕괴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견이 있고, 이것이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렵게 하는 장애 요인”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하다면 ‘얼굴을 붉히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이 교민 간담회라는 자리를 활용해 의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는 데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제2기 부시 행정부의 진용이 갖춰지기 이전에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을 정해 놓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나 무력 제재와 같은 강경한 북핵 해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는 일종의 ‘예방주사’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대북 무력행사나 봉쇄·붕괴는 안 된다’는 요지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강경책 동원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유보시키면서 ‘개성공단’ 안착이라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참모는 “한국과 외국 자본이 투자된 공단이 북한 내부에 있으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 자체가 ‘불가침협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설 이후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자체가 주도적 역할의 하나”라며 “우리로서는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관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북핵 문제를 푸는 데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몰아붙이고 있는 미국 내 네오콘이 제2기 부시 행정부에서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노 대통령의 잇따른 독자적 발언은 자칫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과의 공조를 약화시키고 북한이 오판을 하게 할 여지도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미관계 전문가는 “노 대통령은 미국 내 네오콘과 미국 정부를 분리해 대응하려고 하지만 2기 부시 행정부에서는 네오콘이 미국 주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네오콘의 시각과 주장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3의 논리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盧 “美 일부서 北붕괴론 거론…北 더욱 위기감 느끼는것”

프랑스를 공식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 시간) “북한의 체제 문제를 걸고 들어가는 한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 한국과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 교체)를 해야 된다고 하는 나라들과의 사이에 손발이 안 맞게 돼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파리 인터콘티넨털 르그랑 호텔에서 현지 교민 350여 명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미국과 일부 서구 국가들에서 북한의 체제가 결국 무너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더 불안해 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관련국 간에 손발이 안 맞을 경우) 북한 핵 문제가 안 풀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이 북한의 체제 문제를 놓고 한국,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는 것처럼 비치자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간담회 후 “노 대통령이 말한 ‘미국과 일부 서구 국가들’, ‘레짐 체인지를 해야 된다고 하는 나라들’이라는 표현은 그 나라의 정부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 국가 내부의 일부 사람들, 일부 목소리가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내 네오콘(신보수주의) 세력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 대통령은 6일 낮 파리 엘리제궁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회담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파리=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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