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위원 “청와대는 코드 위한 인사하나” 반발

  • 입력 2004년 11월 27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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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거래소 초대 이사장 후보 추천과정에서 추천위원이 외압설을 제기한 가운데 청와대는 개입사실을 강력히 부인해 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천후보 3명이 모두 사퇴하면서 공기업 사장 선임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압전화 있었나=외압전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후보추천위원 중의 한 명인 경희대 권영준(權泳俊) 교수.

권 교수는 26일 “‘압력을 행사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청와대를 그만둔 지인이며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얼마 전에 (거래소)노조가 신문에 낸 광고(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는 내용)를 보고 ‘누가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느냐’며 크게 화를 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누구를 지원했겠느냐”며 반박했다.

▽후보 추천위원들의 반발=최종 낙점 과정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들이 탈락하면서 후보추천위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6일 밤늦게까지 긴급 모임을 갖고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권 교수는 “청와대가 국가를 위한 인사를 하는지, 코드를 위한 인사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청와대가 정말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합거래소 이사장 공모는 이달 15일까지 지원 원서를 받았고,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3명의 후보자를 선정했다.

재정경제부는 이 중 한 명을 뽑아 통합거래소 주주총회에 올려 초대 이사장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이사장 최종후보들, “기가 막혀”=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다가 돌연 ‘자진사퇴한’ 인사들은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망신을 당해도 되는 것이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아직도 이래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재경부 출신이라고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타고 내릴 낙하산이 없다”고 말했다.

후보 중의 한 명인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측근을 통해 “자진 사퇴한 사실은 없다”며 “통합거래소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파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종 후보 3명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라는 점에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금융권 요직의 ‘모피아(재경부 관료 출신) 독식’에 대해 평소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갈등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나=이와관련해 이사장 후보 추천위원들은 새로운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다.

이번 후보 응모자 6명 전원을 배제하기로 한 만큼 공모 절차도 새로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이사장 선임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는 “정관과 실무안 등이 다 준비된 만큼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통합거래소 출범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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