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방글 올린 현직 경관 처벌수위 논란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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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김정일의 2중대’ 등으로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파면과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될 것으로 전해지자 징계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문제의 게시물을 작성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이모 경사(47)에 대해 검찰과 협의를 거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어떻게 적발했나=경찰에 따르면 이 경사가 9월 24일 오후 9시반경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난에 올린 게시물 하단에는 그가 작성한 컴퓨터의 IP주소가 적혀 있었다.

비방 글이나 욕설이 자주 올라오는 정당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 열린우리당이 홈페이지 게시물 등록자의 IP주소를 자동으로 등록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

홈페이지 관리자는 이 글을 발견한 즉시 삭제했지만 한 누리꾼(네티즌)이 이 글이 올라와 있는 화면을 갈무리했다.

이 누리꾼은 이 경사의 IP주소를 한국인터넷진흥원 검색사이트(whois.nic.or.kr)에서 추적한 결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작성한 글임을 확인하고 이를 한 인터넷 언론사에 제보해 기사화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처벌 수위 논란=경찰이 이 경사를 파면하고 또 구속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선 경찰관들과 누리꾼들은 ‘과잉 반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반인은 인터넷 게시물로 유명 인사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불구속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경찰서 직원은 “경찰 이미지에 손상을 준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경찰 업무에 기여한 면도 있는데 파면과 구속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박모씨(33)는 “경찰이든 일반인이든 정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쓰면 IP 추적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으므로 구속 사유는 아닐 수도 있지만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는 뜻일 수도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 경사는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상태로 글을 게시했다”며 “공무원으로서 표현이 과격한 데다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검찰에서도 구속 지휘를 내렸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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