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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5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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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 사업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K씨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K씨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 지도부에 마지막 퇴로는 남겨 줘야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당시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다.
▷장기 독재체제가 무너지기 전에 보이는 징후가 지도층의 이탈이다. 북한의 경우 이런 현상은 1990년대 후반에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처형(妻兄)인 성혜랑의 서방 탈출(1996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남한 망명(1997년)이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 장승길 이집트주재 대사(1997년) 등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줄을 이었다. 특기할 것은 고급 정보를 가진 고위층 인사일수록 미국을 망명지로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확인이 어려운 사안의 성격상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고위층 망명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엊그제 일본 언론에 “오극렬 노동당 작전부장의 장남이 미국에 망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길재경 부부장 미국 망명’ 오보(誤報) 소동처럼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이런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 자체가 북한 체제가 취약해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북한 붕괴 불가론’에 입각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신념’은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 궁금하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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