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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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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내용이 언론에 사전 공개됨으로써 협상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기밀 누출은 국익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언론에 기밀을 누설하는 공무원은 파면을 불사하겠다”고 한 며칠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엄포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정부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사안만 보도해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가 밝히기 꺼리는 것을 취재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임무이며, 외교안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언론이 외교안보 현안을 보도함으로써 국익에 보탬이 된 경우가 많다. 이번에 문제가 된 ‘C4I 현대화 비용’ 건만 해도 본보 보도 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재검토를 지시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기밀 누출보다 더 큰 문제는 자의적인 기밀 분류로 주요 현안을 감추려 드는 정부의 ‘비밀주의’다. 정부가 자기 취향에 따라 국가 기밀과 공개할 사안을 선별한다면 언론의 감시 역할은 위축되고 국민의 알 권리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정부 들어와 도입된 개방형 브리핑에선 ‘기사화할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게 기자들의 중론이다.
외교부는 청사 내 취재금지 조치를 당장 풀어야 한다. 이런 상식 밖의 조치가 제대로 통할 리도 없으려니와 취재 금지로 얻을 것은 국민의 비판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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