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구 韓赤총재 “적십자사 정부의 심부름꾼 아니다”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25분


남북 이산가족문제 해결과 대북 인도지원의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적십자사의 이윤구(李潤求·75·사진) 총재는 12일 “정부가 이산가족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교류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적십자사가 앞서서 나갈 것이니 정부는 조율하고 조정하려 하지 말고 적십자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적십자사가 정부의 심부름이나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앞으로는 적십자사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사안으로만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북한 내부 여건 때문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구실에 불과하다”면서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주의적인 원칙에 의해 아무런 조건과 제약 없이 이산가족들을 만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대북지원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남북 당국자간 대화중단 등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답보상태에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한적 관계자는 13일 “정부를 배제하고 이산가족 문제 등 대북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전술적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이용하는 현 상황에서 대북 지렛대가 없는 한적이 제대로 역할을 해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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