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 경제정책 엇박자…열린우리 “유류세 인하문제 검토”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30분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최근 당정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잇달아 파열음을 내고 있다. 경제난 해소라는 가시적 성과를 원하는 열린우리당과 일관된 경제정책을 고수하려는 정부 사이에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고유가가 계속될 경우 정부와 유류세 인하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곧바로 “현 단계에서 유류세 인하 검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류세 인하 문제는 8월 열린우리당이 경제회생을 위한 종합대책을 준비하면서 추진했던 사안.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가 세수(稅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해 당이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내년도 예산 확정 과정에서도 당정은 재정확대 규모를 놓고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며 대립했다. 정부는 당초 적자국채 발행 3조원을 포함해 일반회계 규모를 130조원으로 잡았으나 당과 조율을 거듭한 끝에 2조5000억원을 늘린 132조5000억원으로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1조원이 줄어든 131조5000억원으로 내년 일반회계 규모를 확정해 당의 발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있을 수 없는 처사”라며 크게 흥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최근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보호법안의 경우 거꾸로 정부가 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경우다.

노동부는 이목희(李穆熙) 제5정조위원장을 통해서 법안에 대한 당의 지지를 약속받고 법안을 성안해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정부안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결국 이 위원장까지 “법안을 대폭 손보겠다”고 선회했다. 노동부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 밖에 특별소비세와 소득세 인하의 경우 정부는 ‘인하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다가 최근 당의 ‘강권’에 따라서 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해 버렸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정부 조달물자 수의계약 제도 폐지를 유예한 것도 당의 요구에 따라 정책이 바뀐 사례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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