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상 “야스쿠니 신사서 A급전범 분리반대”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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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개각 때 일본 외교의 사령탑에 오른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59) 외상이 역사문제와 대북한 관계 등에서 연일 ‘강성(强性)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무라 외상은 3일 아사히TV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A급전범의 분사(分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신사측이 자발적으로 한다면 몰라도 정치권력이 ‘분사하라’고 하는 것은 종교 자유에 대한 권력과 정치의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A급전범 분사는 한국 중국 등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발하자 일본 정부가 타협책으로 검토했던 방안이다. 새 외상의 반대는 인접국의 비판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취임 직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도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라며 적극 옹호한 바 있다.

마치무라 외상은 또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실무협의가 성과 없이 끝나자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일본도 ‘전가의 보도’를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대북 경제제재를 거론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발언이 일반 국민의 정서에 어필할지는 몰라도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추진 중인 현 내각의 정책기조와는 다른 것”이라며 대북 정책의 혼선을 우려했다.

중의원 7선 의원으로 문부과학상 등을 역임한 마치무라 외상은 ‘다함께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우익 성향을 보인 인물. 도쿄 외교가는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전 외상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가 총리의 외교보좌관으로 임명되자 자신의 입지가 약화될 것을 염려해 극단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새 외상의 적극적 발언의 이면에는 외교 주도권을 총리 관저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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