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명 근로복지공단 6급 정규직 특채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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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주 기쁘지만 북한에 있는 형제들 생각을 하면….”

21일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6급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된 탈북자 장호남씨(37·가명)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장씨와 홍선영씨(44·여·가명)는 조선족과 탈북자 관련 업무가 급증한 근로복지공단이 이번에 탈북자들의 지원과 추천 등을 받아 선발했다. 탈북자가 공공기관에 취업한 건 1990년대 이후 처음이라는 게 공단측의 설명.

장씨는 “주위에서 축하를 많이 해줘서 정신이 없을 정도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2002년 9월 입국한 장씨는 지난해 초 컴퓨터 회사에 들어가 컴퓨터 교재 제작과 수리 등의 일을 하다가 올해 1월부터는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요원으로 일해 왔다.

그러던 중 평소 가깝게 지내던 복지관 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아 이번 특채에 지원했다. 지원자는 모두 20명이었다.

“북한 K금속대학을 나와 3년간 일했는데 한국에 오니 관련 분야에서 일하기가 힘들어 올해 4월 공업화학기사 자격증을 딴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장씨의 부모님은 북한에서 모두 사망했지만 동생 2명은 아직도 함경북도에 살고 있다.

그는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는데 제 얘기를 듣고 매우 좋아했다”며 “진짜로 이 나라 국민이 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부모, 남편 등 가족과 함께 입국한 홍씨는 “평생 계속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싶었는데 정말로 뽑힐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홍씨는 “북한에서처럼 남한에서도 사무직 일을 하고 싶었는데 취업이 너무 어려워 3D업종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터였다”고 말했다.

방용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두 사람은 교육을 받은 뒤 11월부터 산재 관련 민원업무에 투입될 것”이라며 “이들의 취업이 탈북자들의 사회 참여와 능력 발휘의 기회로 이어져 사회적 화합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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