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북침설(北侵說)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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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전면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 상식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한 재야단체 홈페이지에 남한의 북침설(北侵說)을 주장하는 북한 자료가 등장했대서 하는 말이다. ‘역사가 본 조선전쟁’ ‘역사의 고발’이라는 제목이 붙은 방대한 자료집을 올린 사람은 네티즌들이 이것을 읽고 북침설을 믿을 거라고 기대했을까? 자료는 둘째 치고 전쟁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말이다.

▷이것 외에도 이 단체의 게시판에는 주목할 만한 글이 즐비하다. ‘선군 관련 노동신문 사설 논설 정론모음’ ‘이남에서 미제 침략군의 죄행 자료’ ‘한민전 중앙위 9월 9일 축하문’ ‘오, 나의 태양(김정일 위원장 인물론)’ 등 제목만 훑어봐도 친북적인 내용임을 대번에 알 수 있는 글들이다. 마치 북한이 직영하는 사이트 같다는 인상을 준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실패한 북한체제를 저렇듯 기를 쓰고 옹호하는지 궁금하다.

▷6·25전쟁을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에 대한 학술적 연구로는 북한의 남침설(南侵說), 남한의 북침설,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수정주의 시각 등이 있다. 이 중 6·25전쟁을 ‘미국과 이승만 대통령의 공모에 의한 북침에 대항한 민족해방전쟁’이라고 규정한 북한의 주장은 구소련에서 발굴된 수많은 자료로 이미 오래전에 거짓임이 입증됐다.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북침설을 지지하는 듯한 논리를 펼쳤던 미국 시카고대의 수정주의 학자 브루스 커밍스 교수도 얼마 전 방한했을 때 “나는 북침설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처럼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북한의 선전을 인터넷에 퍼 나르는 사람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 외에는 달리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매로 다스려야 한다. 사이버 공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고삐 풀린 자유는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인터넷에 흙탕물을 튀기는 미꾸라지 잡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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