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연극으론 민심 못 얻는다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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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호남 연찬회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던 풍자 연극이 정쟁(政爭)을 빚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나치게 비하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고, 청와대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문이 확대되자 한나라당은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의 상식에 비춰 봐도 유치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을 위해 찾아간 곳에서, 정치적 파트너인 대통령을 그처럼 폄훼해서야 어떻게 타협과 대화의 정치가 가능하겠는가. 청와대측의 ‘박근혜 패러디’를 비난했던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희화화(戱畵化)한 것도 이율배반이다.

한나라당은 아직 집권측의 무능과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 이전 등 주요 국가현안에 대해 당론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주류, 비주류로 나뉘어 ‘선명성 경쟁’만 하고 있다. 당내 보수파를 대변한다는 영남권 출신은 당의 변화 시도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있고, 이 바람에 당 전체가 영남정서에 갇혀 있는 듯한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연찬회를 마치고 내놓은 ‘국민께 드리는 글’을 주목한다. 한나라당은 이 글에서 “전국을 한나라당의 고향으로 만들고 완벽한 전국정당으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과감한 자기개혁과 민생우선 정치도 약속했다.

그러자면 한나라당은 먼저 지역주의와 냉전논리, 기득권 논리를 확실하게 털어내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바탕으로 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립하는 것은 기본이다. 집권측이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마당에 제1야당이 수준 낮은 연극이나 하면서 웃고 박수 쳐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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