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고구려사 왜곡 해결, 아직 멀었다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36분


한중 두 나라가 마라톤협상 끝에 5개항으로 된 합의를 도출했으나 형식이나 내용 모두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보면 된다”고 평가한 외교부 관계자의 설명 자체가 이번 합의가 ‘작은 출발’에 불과하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한중간 합의에 역사 왜곡을 자행한 중국의 사과가 포함되지 않은 것부터 용납될 수 없다. 아무리 외교교섭의 산물이라지만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중대 현안으로 대두된 데 대해 중국측이 유념한다’는 표현을 명백한 역사 왜곡에 대한 반성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의 왜곡 사실 시정 의지도 기대에 못 미친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면서도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사를 원상회복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우리 외교부는 중국이 내년 가을학기에 사용될 초중고교 역사교과서에 왜곡 내용을 싣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왜곡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설명했지만 공개된 합의 속에는 그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두 나라는 이렇게 미흡한 협의 결과를 문서가 아닌 구두합의로 정리했다. 중국이 ‘고구려사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고 학술적으로 해결하자’던 2월의 양국 합의를 무시하고 오히려 왜곡을 확대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이번 구두약속에 얼마나 구속력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부 스스로 출발이라고 인정한 이상 역사 왜곡의 완벽한 해결을 위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외교부 부부장이 임명된 지 사흘 만에 찾아오고, 중국이 조금 물러섰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 학계, 언론으로 번진 중국의 역사 왜곡을 막으려면 중앙정부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끝내 기존 왜곡행위의 정리를 거부한 중국에 끌려가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중국의 사과와 시정,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을 이끌어내야만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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