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없이 제출한 ‘진술녹화 테이프’ 형사사건서 첫증거인정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57분


법원이 진술조서 없이 제출된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피고인에게 유죄를 내린 첫 판결이 나왔다.

11일 대검찰청 과학수사과(과장 김종률·金鐘律)에 따르면 청주지법은 지난달 21일 조직폭력배가 룸살롱 주인을 협박해 공짜술을 마신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피해자 진술 녹화 테이프를 증거로 채택, 실형을 선고했다.

진술조서에 첨부된 비디오테이프에 대해 조서와 같은 증거능력을 부여한 대법원 판례는 있지만, 진술조서 없이 제출된 비디오테이프가 증거능력을 인정받기는 처음이다.

조직폭력배 행동대원인 김모씨(29)는 4월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한 룸살롱에서 120만원어치의 술을 마신 뒤 술집 주인 한모씨(42·여)를 협박해 술값을 내지 않았다.

청주지검 형사1부는 한씨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지만,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사건의 성격상 법정에서 피해자가 진술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씨의 진술 과정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뒤 김씨를 폭력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염려대로 한씨는 법정에서 김씨를 보자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했고 재판부는 테이프를 법정에서 검증한 뒤 김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수사를 맡은 박경춘(朴景春) 검사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 직접 신문했는데 경찰 조서에 나오지 않은 내용이 많아 증거를 엄격하게 하기 위해 녹화했다”고 말했다.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이 성폭력 사건뿐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인정됨에 따라 최근 사건 당사자의 진술 번복 등으로 무죄판결이 늘고 있는 뇌물 및 정치자금 사건 등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