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를 청산대상 취급…누가 투자하겠나" 李총리에 쓴소리

  • 입력 2004년 8월 6일 2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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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재계, 시민단체 출신 등의 경제 전문가들이 6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에게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날 이 총리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의 경제문제는 정부가 초래했다”거나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 혼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도성(崔道成·경영학) 서울대 교수는 “지금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며 “제2의 위기에 대비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 교수는 또 “부동산 규제를 풀어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은 부작용이 뒤따르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는 지금 투자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투자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 다 기득권 세력이고 청산대상인 것처럼 돼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돈이 있는 사람을 다 청산 대상으로 몰아세우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부자들을 무조건 몰아세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준(權泳俊·경희대 교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본질적인 문제는 경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인데, 정부가 비본질적인 것들에 집착하니까 정치적 정책적 불확실성이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가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 때문에 경제 위기가 증폭된다’는 취지로 말하자, 권 위원장은 “언론개혁이 필요하지만 단칼에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언론과 정부가 전쟁을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코스닥 시장 붕괴나 국민연금 문제는 다 신뢰가 무너져서 생긴 것이다”고 말했다.

송보경(宋寶炅·서울여대 교수)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는 “경제가 어렵다는데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장흥순(張興淳)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 시장을 살려야 하며 정부가 신성장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이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을 넘기면서 따끔한 비판을 쏟아내자 이 총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총리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에 나서고 정책 안정성이 강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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