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근혜 '비방'한 네티즌 조사

  • 입력 2004년 8월 6일 1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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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비방'한 네티즌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경찰 사이버수사팀의 조사를 받게 됐다.

박 대표가 이벤트로 내걸었던 '100만번째 방문자와의 데이트'에 대해 지난 6월 "53세의 나이로 프로포즈를?"이란 비난 글을 썼던 최 모(31)씨가 그 당사자다.

최씨는 6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10시에 서울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저를 고소했으니 오늘 4시까지 서울 중부경찰서로 출두하란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부경찰서 수사2계(사이버수사팀) 최운영 수사관은 "최씨에게 오늘 출두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치인이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누가 수사를 의뢰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의뢰했는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나 당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다른 네티즌이 의뢰했거나, 사이버수사팀이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박 대표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펼쳤던 이벤트와 관련, 지난 6월 11일 동아닷컴 자유게시판에 "우리나라 국회의 40%를 차지하는 121석의 거대야당 총수로서 참으로 유치한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며 "그녀의 쉰 세살이란 연세를 생각해 볼 때 과연 그 데이트 신청을 받아줄 남자가 있을런지도 심히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엔 최씨의 사진과 홈페이지 주소가 링크돼 있고, 홈페이지엔 최씨의 자세한 신상정보가 담겨 있다.

최씨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엔 박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장난하는 것 같았다"며 "괜히 남자들을 현혹하려는 것 같아 괘씸했다"고도 했다.

최씨는 "박 대표를 정신병자라고 욕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어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이날 열린우리당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저 하나 희생해서 박근혜 대표 망신만 줄 수 있다면 기꺼이 한목숨 바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차라리 콩밥 좀 먹고 유명세를 탈 수만 있다면 좋겠다"며 "유명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최씨는 "정신질환으로 군 면제됐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지금은 정신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씨가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http://bakchaerim.hihome.com/teguk)엔 특기가 '살인'이라고 되어있고, 싫어하는 것엔 '경상도, 한나라당, 개, 삼겹살, 매국노, 두환태우, 복지제도, 북한'이라고 명기돼 있다.

최씨는 '살인'을 특기로 밝힌 것에 대해 "사회 활동을 하고 싶은데 모두 저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썼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씨가 지난 6월 자유게시판에 쓴 게시물 전문이다.

박근혜대표 53세의 나이로 프로포즈를?

우리나라국회의 40%를 차지하는 121석의 거대야당의 총수로서 참으로 유치한 말장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녀의 쉰 세살이란 연세를 생각해 볼 때 과연 그 데이트신청을 받아줄 남자가 있을런지도 심히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도대체 박대표는 무슨 생각으로 데이트를 하고싶다 말한 걸까요 ?

요즘같이 더운날 우리를 한번 웃겨보고자 한말이면 차라리 다행이겠습니다만, 문제는 그게 진담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있고, 17대 국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전력투구 나서야 할 작금의 상황에서, 공당의 대표란 자가 철딱서니없게시리 남녀상열지사나 들먹이고 있다는데 우리국민은 땅을 치며 한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도때도 없이 송장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땅 이라크 파병에 많은 국회의원과 국민들이 다시 파병철회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에 한나라당은 젊은이를 죽음의 땅으로 내모는데는 불철주야 일관된 미제의 시다바리노릇만을 해왔습니다..

그런 한나라당의 총수와 과연 어느 대한민국 남자가 데이트를 하고 싶겠습니까 ?

미국을 위해선 한국젊은이의 목숨따윈 파리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그녀가, 이라크 파병철회를 외치대던 국민적 저항엔 콧방귀조차 뀌지 않던 사뜩한 그녀가 당신에게 프로포즈를 한다면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

정말 박대표가 미인계로 혹세무민을 바란다면, 차라리 자신에 홈페이지에 포르노 동영상이나 누드집을 실는게 훨씬 빠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홈페이지 수십만명의 방문자가 과연 박대표님의 공상대로 한결같이 그녀와의 데이트를 바라며 들어온 사람들일까요 ?

물론 박근혜 개인에 대한 연정과 흠모로 들어오는 하릴없는 백수건달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방문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대표 개인보다는 한나라당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들어온 사람들일 것이요, 또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박근혜대표를 비판하러 들어온 사람들일 것입니다..

연예인 팬사이트도 아니고, 100만번째로 접속한 사람에게 데이트를 시켜주겠다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랍니까 ?

거대 야당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홈페이지는 이미 개인만의 홈페이지가 아닌 것입니다.

나라안팎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이때에 사춘기소녀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에게 데이트신청을 하면서 데이트장소를 국민에게 물어보는 행동은 도저히 누가봐도 그녀가 지금 정상이라곤 보기 힘들것입니다.

저는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박근혜씨에게 한나라당의 대표직을 버리고, 정신과진찰을 받아보길 정중히 권유드립니다.

나이 53먹은 늙은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한편으로 대한민국 남자들을 죽음의 땅으로 내모는덴 여념이 없는 정신질환자라면, 공당의 대표자로서 국가전체의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천만의 상태가 벌어질 수도 때문입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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