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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30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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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정책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수도 이전처럼 사회적 논란이 많은 사안에 대해 정부 논리만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려고 할 경우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지하철 전동차에 서울을 비하하는 듯한 광고물을 싣는 등 ‘오버’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정부의 홍보가 과열 양상을 띤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수도 이전 총력전에 나선 정부=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라디오 광고에 출연해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홍보한 데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직접 나서는 등 총출동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29일 전남 목포시청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로 준비를 시켰는데 여소야대의 정부로는 할 수 없다 해서 덮어버렸다”며 “이 총리가 당시 그 일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수도 이전과 DJ를 연결시켜 수도 이전에 대한 호남지역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이버 홍보전도 치열하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최근 홈페이지에 수도 이전 계획을 한집안 형제들의 삶에 비유한 만화를 띄워 놓았다. 국정홍보처도 홈페이지에 수도 이전 관련 만화를 올려놓았다. 재경부도 29일부터 홈페이지에 수도 이전 설명자료를 띄워 놓았다.
▽공무원을 상대로 한 설명회도 개최=“직원들은 오전 9시50분까지 모두 대강당으로 모여주세요.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정책설명회가 열립니다.”
23일 오전 9시40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기획예산처 청사. 구내방송을 통해 설명회 참석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장관도 참석하는 만큼 사무실별로 당번 한 명만 남고 모두 강당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설명회 강사는 이규방(李揆邦) 국토연구원장. 정부가 지금까지 설명해 온 논리들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예산 짜느라 바빠 죽겠는데 근무 시간에 웬 설명회야”라는 푸념도 들렸지만 공무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요즘 예산처 공무원들은 예산편성 때문에 여름휴가도 원래 정해진 기간보다 줄여서 가야 할 만큼 바쁘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설명회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대전청사에 근무하는 친구는 요즘도 주말부부야. 우리도 그 꼴 나는 것 아냐’ ‘지금 수도 이전에 그렇게 많은 예산을 쓸 필요가 있을까’ 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예산처에 이어 다른 부처도 비슷한 방식의 설명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통행 홍보의 문제점=정부의 ‘수도 이전 마케팅’은 수도 이전 장단점을 차분하게 짚어보기보다는 일방적인 찬성 논리만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고 있는 자료의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대역사(大役事)’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12가지 오해와 진실’ 등을 통해 수도 이전의 ‘좋은 점’만 나열해 놓고 있다.
중앙대 경제학과 홍기택(洪起澤) 교수는 “지금은 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떠나 냉철한 가슴을 가지고 수도 이전의 비용과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경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홈페이지(www.newcapital.go.kr)에 올라와 있는 각종 수도 이전 홍보자료들.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교통난, 주택난, 환경오염, 지역간 격차 등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외국 기업들의 서울 기피도 수도권 집중 탓으로 돌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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