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遷都用 ‘서울 비하’ 있을 수 없다

  • 입력 2004년 7월 3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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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 북경보다 못하다?’ ‘서울,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는 문구가 들어간 지하철 광고를 만든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모든 도시가 외자 유치와 관광소득 증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세계 30대 도시 중 서울의 삶의 질은 최하위”라고 떠벌리고 나설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수도 이전을 위해서라면 서울은 얼마든지 깎아내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데서 이런 발상이 나온 것이라면 기막힐 노릇이다.

정부의 국정홍보 수준이 이 정도로 치졸한 것은 결국 현 정부의 국정운영 역량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 정부가 이런 식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서울 비하(卑下)’를 하는 것은 한마디로 누워서 침 뱉기 식의 ‘자기 비하’일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500년 이상 수도의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도시는 로마, 런던, 파리, 빈, 아테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서울은 600년 고도(古都)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브랜드다.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 등을 통해 세계인에게 각인된 서울의 국제적 지명도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국가적 자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과는 상관없이 서울의 자긍심과 브랜드 유지를 위한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때에 수도 이전 홍보하자고 유구한 전통과 자긍심이 배어 있는 600년 고도를 깎아 내리는 것은 국가적 자해(自害)이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다.

21세기는 국가경쟁력을 넘어 도시경쟁력이 각광을 받는 시대다. 서울의 경쟁력은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유치한 ‘서울 비하’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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