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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1일 2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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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태의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북한의 NLL 침범과 교묘한 무력화 시도. 둘째, 이에 대한 우리 해군의 대응수칙에 따른 경고사격. 셋째, 추후 북한의 시간 조작 등 거짓 통보. 넷째, 우리 해군의 보고체계 미흡 등이다.
▼정부 대응방식 문제 더 키워▼
여기서 네 번째 문제, 즉 국방부의 초기 발표에서 북한이 호출부호를 사용한 사실 등이 군의 상부보고 때 누락됐다는 보고체계의 문제는, 어찌되었건 정부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행태이고 이에 대해 정부가 왜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의 이번 행태를 보면 단순히 우발적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점이 엿보인다. 호출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냄새가 나고 그 시간을 조작해서 우리측에 통보했다.
우리 정부의 사후 대응 방식이 문제를 더 키웠다. 차분히 문제의 본질과 과정을 파악하고 시비와 책임의 경중을 가렸어야 했다. 청와대가 보고체계를 문제 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의 NLL 침범과 무력화 시도에 대한 우리 군의 상황 대응에 대해서는 ‘적절했다’도 아니고 ‘문제 삼지 않겠다’는 평가만 하면서 보고체계의 이상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으려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공과(功過)를 판별하기보다 군을 과도하게 혼내 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생길 수 있다.
또 이 문제를 두고 결과적으로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나서서 갑론을박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됐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군이 이번 일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기만하려 한 것이 아닌 이상 군 수뇌부를 믿고 조용히 일을 처리하도록 맡겼으면 오히려 불협화음 없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청와대가 남북관계에 신경과민인 나머지 자식에게 지나치게 매를 때리는 아버지의 인상을 주어선 곤란하다. 이 사건에서 군이 남북협력을 의도적으로 훼방하려 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군을 그런 시각에서 해석하고 매도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아직도 군사적으로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우리의 상황 하에서 이런 음모론적 시각이 나도는 것은 우리 군과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사건의 과도한 정치적 해석도 금물이다. 여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군의 물갈이론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완전히 잘못된 인식이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칫 이 사건이 ‘정치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잘못 잡아가게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무엇보다도 향후 서해상에서 우리 해군의 작전이 위축될까 우려된다. 물론 군도 북한과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더욱 힘을 쓰면서 앞으로 대응수칙을 더욱 철저하게 준수하고 보고체계도 확립해야 한다.
▼‘軍음모론’시각 안보에 치명적▼
북한은 이번 사건으로 우리 정부의 내홍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남북간의 교신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가 계속되는 한 그 합의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주는 이런 ‘교훈’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내부의 불신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숙제를 안고 이번 사건은 이쯤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사안이 어떻게 결말나든 서해의 높은 파도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우리 해군 장병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이라도 한번쯤 나왔으면 한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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