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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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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시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족사진과 육필원고가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는 가운데 미술시장에도 ‘박정희 바람’이 부는 것.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은 30일 열리는 제88회 미술품 경매에 박 전 대통령의 휘호 1점을 비롯해 사진 5점, 육필원고 1점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나 원고가 경매에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매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현 한나라당 대표인 딸 근혜씨와 1977년에 나란히 서서 찍은 흑백사진. 청와대 앞뜰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은 추정가가 1500만∼2000만원이다.
함께 경매에 나온 사진 4점은 68년 청와대 경내에서 찍은 가족사진, 71년 박 전 대통령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육영수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근혜 근영 지만 3남매와 함께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커다란 지구의를 앞에 두고 가족들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73년 육 여사와 함께 건설공사 행사장을 둘러보는 사진들이다. 추정가는 1000만∼1500만원대. 모두 개인 소장자들이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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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필원고는 ‘5·16 군사혁명의 역사적 배경’이란 제목으로 200자 원고지 18장에 쓴 글이다. 원고지 하단에 ‘육군 인쇄공창, 4294. 6. 17’이라고 인쇄된 글씨가 선명하다. 5·16 쿠데타 직후인 61년(단기 4294년) 6월 17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원고에는 한국 근대정치와 관련한 역사적 배경과 국제관계, 이승만 정권의 무능과 부패, 파벌, 경제 사회적 문제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추정가는 1500만∼2500만원.
한편 한자로 ‘국민총화 총화전진(國民總和 總和前進)’이라고 쓴 휘호도 나온다. 추정가는 2000만∼4000만원이다.
서울옥션 김순응 대표는 “4월 말 경매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개척과 전진’ 휘호가 추정가 2000만∼3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6300만원에 낙찰돼 모두 놀랐다”며 “이후 박 전 대통령 관련 유품을 찾는 문의가 잇따르고, 소장자들이 나타나 이번에 다시 내놓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품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50대 이상 장년층. 김 대표는 “대부분 60, 70년대 박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경제성장에 주역으로 참여했던 사람들로 유품을 통해 그 시절의 에너지, 활력을 반추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02-395-0333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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