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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0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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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복구 실태=“연방 태풍이 올라오고 물난리 철이 시작됐는데 복구공사는 저렇게 거북이걸음만 하고 있으니….”
20일 오후 강원 강릉시 왕산면 고단1리 송현천 수해복구 현장. 마을 주민 김모씨(60)는 하천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강릉에서 삽당령을 넘어 정선군 임계면으로 가는 곳에 위치한 송현천 주변에는 중장비들이 멈춰서 있었다. 물이 불어나 작업이 어려워진 때문.
4km에 이르는 공사구간은 지난해 장마 때 밀려온 모래와 흙을 쌓아 제방 형태를 갖추긴 했으나 호안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허술해 보였다. 저지대인 고단1리는 지난해 태풍 ‘매미’로 주택 50채 가운데 16채가 물에 잠기거나 파손되고 농경지도 큰 피해를 보았다.
“이제는 일기예보에 ‘비’, ‘태풍’ 소리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마을 이장 강태만씨(42)는 “복구가 덜 된 상태여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태풍 ‘디앤무’가 비켜간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지역인 강릉시 주문진읍 신리천과 삼척시 오십천, 정선군 조양강변 일대를 비롯한 강원 지역 곳곳에서는 여전히 복구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태풍 ‘매미’ 당시 해일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엄청났던 경남 마산시 해안매립지 주민들의 불안은 다른 어느 곳보다 크다.
해일이나 큰 파도를 막기 위한 방재언덕은커녕 배수장 건설과 경보전광판 설치 등 마산시가 계획한 사업 중 마무리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
마산시 해운동 광고업체 대표 허모씨(39)는 “해일이 닥치면 돈 되는 물건부터 차에 싣고 달아나는 방법 외에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매립지인 신포동의 하기요씨(69·여)는 “이주도 시켜주지 않고 해일 대책도 세우지 않으니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경남지역 30가구 60여명의 주민은 수해를 당한 지 10개월이나 됐지만 아직도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남과 전남 섬지역의 도로와 방파제도 복구가 끝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왜 늦어졌나=돈과 인력, 시간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31일 태풍 ‘매미’의 복구 예산을 확정하면서 피해 복구를 올해 6월 말까지 완료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들은 측량과 설계, 계약을 거쳐 공사에 들어갔지만 민원이 잇따랐고 환경단체가 공법 등을 문제 삼으면서 복구 작업이 계속 지체됐다.
특히 태풍과 집중호우가 2년 연속 겹친 데다 피해도 엄청나 일손과 장비, 자재가 모두 달렸다. 경북도 배종기 방재담당은 “철근이 모자라 복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경남도 관계자는 “대규모 항구복구 공사를 8개월 만에 마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복구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잡는 일본의 경우를 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구를 앞당기려면 ‘선 예산 배정, 후 정산’을 통해 시도가 설계나 장비임차 등에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릉=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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