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주한미군 감축 공개’ 공방 미묘한 파장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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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 언론을 상대로 한미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거나,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토로하는 일이 늘고 있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미국은 그동안 ‘한국이 한미관계를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아온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우리도 불만 있다’=주한 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 내에서 ‘더 이상 한국 정부에 앉아서 당할 순 없다. 우리도 하고 싶은 말은 한국 언론에 직접 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한국 언론에 소개되는 ‘미국의 모습’이 결코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 정부는 최근 민감한 발언을 한국 언론에 잇따라 쏟아냈다.

이달 초 미국의 한 관리는 본보로 직접 국제전화를 걸어와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를 반대했다’는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지난달 말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4일 워싱턴에선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국 특파원단에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미국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다. 한국이 반대했으면 재고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주한미군 감축 협상을 위해 최근 방한했던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8일 한국 언론에 한국 대표단의 ‘강경한’ 협상 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 언론 공개 경위=한미의 ‘대언론 공방전’은 지난달 28일 한국 정부의 고위관계자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한미의 협의 과정을 공개하면서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많다.

당시 외교부측은 ‘협의 과정 공개’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는 ‘안보 문제의 민감성’ 못지않게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31일 NSC 관계자는 외교부 기자실을 찾아 “지난해 9월 양국간 공식 협의 과정에서 미측이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NSC는 8일 ‘미국의 주한미군 1만2500명 감축안을 7일 공개한 것은 불필요한 추측이나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도 냈다.

한국의 한 중견 외교관은 “동맹인 한미간 협상은 100의 이익을 50 대 50으로 나누는 과정”이라며 “그러나 각자의 입장이 요즘처럼 ‘감정적으로’ 공개되면, 협상 결과 50씩 사이좋게 나눠가져도 ‘나머지 50은 왜 못 챙겼느냐’는 국내여론의 비판을 받게 된다”고 걱정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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