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학술토론]北인사 反美발언 거침없이 쏟아내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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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6·15선언 4돌맞이 우리민족한마당 체육오락 경기에서 북측과 남측 참가단이 함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인천=원대연기자
15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6·15선언 4돌맞이 우리민족한마당 체육오락 경기에서 북측과 남측 참가단이 함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인천=원대연기자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4돌을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5일 주최한 ‘6·15 남북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학술 토론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TV 방송이 약 30분간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인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 노 대통령은 “개인적 인연이 없어서 북쪽 사람은 오늘 처음이다. 만나보니 자주 보던 분 같다”고 인사했다. 이에 이 부위원장은 “장군님께서 조국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신 분을 잊지 않는다. 6·15 행사가 서울에서 열려 저희들을 보내셨다”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여야 정당 대표들과 차를 마시며 “최근 여야가 전부 화해협력과 통일을 향해 나아가니 미래엔 큰 발전이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 김 전 대통령, 이 부위원장 세 사람이 환담을 마치고 오전 9시반 회의장으로 이동할 즈음 국제사회에서 북한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이 북한민주화 구호를 외치다가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다. 그는 “6·15선언과 햇볕정책만으로는 북한의 민주화가 불가능하다. 북한 어린이가 굶고 있다”고 소리쳤다.

오후 6시반까지 진행된 국제학술회의에서 국내외 학자들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적대시정책에서 벗어나 북-미 관계를 포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 정부의 “미국의 북한 핵 우려는 정당하지만 북한의 특수성에 대한 고민이 적어 보인다”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평양의 정권교체를 은밀히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 참가자들은 미국의 정책을 잇달아 비난하면서 민족공조를 유독 강조했다.

원동연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한미동맹보다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원 부소장은 10분가량 진행된 발표 가운데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을 15차례, ‘민족공조’를 9차례 반복했다.

박영철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 화해 분위기를 가로막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국방백서의 주적(主敵)개념 삭제 △탈북자 단체의 반북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민금성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남북경협의 고도화를 요구했다. 그는 “수익성만 생각해서 (북한의 저임금을 활용하는) 피복 임가공만 하면 협력사업이 안될 수 있으므로 경협대상을 경공업 기간산업 첨단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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